2012. 5. 6. 02:18



0. 지난해 광주 MBC 난장 방청 때 처음으로 망각화라는 밴드를 알았다. 프로그램 팜플렛에서 대충 멤버구성을 보고 대충 어떤 밴드인지 보고, '이름 엄청 촌스럽다' 하고 말았다. 딱히 끌리는 면이 없었다. 그저그런 소프트락을 하는 '평범한' 밴드라고 생각을 했다. 망각화의 첫곡인 '텅빈 오늘 밤'(원곡:유재하)의 전주 부분을 듣는 순간, 비상한 직감이 발휘됐다. ' 이 밴드 그저 그런 밴드는 아니구나!' 하지만 취향은 콘크리트보다 단단하고 춘향이의 절개보다 올곧은 법. '내 밴드는 아니지만 괜찮은 밴드네~' 하고 넘어갔지만, 계속해서 텅빈 오늘 밤의 전주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언제나처럼 그 흔한 '전주 패티쉬'는 아닌게 분명했다.

 

1. 살면서 요절복통할 사건 사고도 많고 요지경 세상에 요상한 일도 많이 겪지만, 가장 신기한 것 중의 하나는 '인연'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음악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존재한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질의 높고 낮음, 음악이 가진 본질적인 것을 차치하고, 내 인생에서 음악이 끼어드는 어느 한 순간이 있다. 평소에 흘려 듣던 음악이 우울한 어느날 버스 방송에서 흘러나와 돌연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별로 취향이 아닌 음악이 자꾸 머리 속에 맴맴 돌며 나를 들어달라고 돌아선 어깨를 잡아 채기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가는 곳마다 흘러나와서 '대체 니 정체가 뭔지 내가 알아봐주마!' 오기로라도 듣게 되는 음악이 있다. 


망각화는 두번째 경우에 속한다. 그다지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머리속에서 맴맴 돌아서 이름을 찾아보게 되고, 유투브를 듣게 되고, 예전부터 사려고 마음 속에서 순번대로 번호표 뽑아 넣은 리스트들을 새치기 해서 결국은 앨범을 사고, 이름만 촌스러운 게 아니라 씨디 자켓도 촌스러운 걸 보고 진짜 왜이러세요 ㅠㅠ 안타깝기도 하고.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음악들이 점점 마음에 와 닿고 좋아지게 되고 날짜가 쉬이 맞춰지지 않아 미루고 미루던 공연까지 마침내 가게 되고. 여기까지가 인연의 일단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 망각화의 음악은 굉장히 독특하다. 쉬이 특징지어지지 않는다. 처음 들으면 평범하게 들리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세련되고 엣지가 있다. 비트가 강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잔잔한 것도 아니다. 모던락이라고는 하지만 여타 모던락 밴드와는 많이 다르다. 왠지 재즈 느낌도 난다. 락의 느낌도 나고. 잔잔한 듯 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수많은 모자이크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자세히 들을 수록 다채로운 연주패턴과 감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러닉하게 들리지도 모르나 망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여타 모던락 밴드들과 구분되는 송라이팅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모던락 밴드들이 굉장히 팝적이고 댄서블한 음악을 하는 반면에 망각화의 음악을 듣고 팝적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나쁘게 말하면 멜로디가 유려하지 않은 것이고 좋게 말하면 신선한 것이다. 이것은 망각화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들었을 때에 착-하고 다가오지 않는 점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는 어필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대신 망각화는 아주 멋진 사운드가 그것을 커버해주고 있다. 한번 듣도 두번 듣고 세번 들을 수록 계속 듣고싶다. 듣기 편하지만 식상하지 않다는 게 내가 망각화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게다가 소년같은 가사와 세련되고 청명한 연주 역시 너무 좋다. 유려하게 흐르다가 가끔씩 튀어 나오는 엣지있는 연주는 정말 매력적이다. 




3. 공연은 7시 정시에 시작했다. 스탠딩에 2시간 동안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듣고 덜컥 겁이 났다. 저질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려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엄청 하드한 음악이면 미친척 뛰어 놀기라도 할 텐데,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건 나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알고 망각화도 알고...... 나의 이 걱정이 하늘에 전혀 닿지 않은 건지, 초반 5~6곡을 앉아서 어쿠스틱으로 들려준 망각화. "제가 원래 어쿠스틱 기타 안들을려고 했거든요.." 엣지(!)있는 부산 다일렉트로 뭇 처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서울 밴드 망각화의 메인 보컬 양주영님. 호빗 + 플랫슈즈 + 앞에 사람들 삼단 크리에 노래 몇곡이 끝날 때까지 사진을 찍기는 커녕 밴드 멤버의 얼굴 한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잔잔한 어쿠스틱 셋이 지나갔습니다. 얼굴이 안보인다는 용녀님의 말에 "그걸 왜 나한테 말해요! 엄마한테 말해야지!" 라며 또다시 엣지있는 어록을 생성하신 양보컬 덕분에 조금 가라앉은 것 같은 분위기가 업업.. 그러나 나는 이 노래들을 전혀 모를 뿐이고 ㅠㅠ 잊는다 랑 잠시 용기를 내어 만 주구장창 들었기 때문입니당;; 


그리고 마침내, 양주영님은 일렉기타를 잡으시고 일렉 셋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꼭꼭꼭 들었으면 했던 몹시 용기를 내어  싱글곡들을 막 불러 제껴주신 망각화. 생각했던 것보다 연주도 너무 멋있고 꽉찼습니다. 음반이 그냥 커피라면 공연은 TOP의 느낌 ^^! 훨씬 다이나믹한 연주에 어깨춤이 들썩 들썩.. 특히 이번 싱글의 수위(!)는 "공연을 보면서 왠지 춤을 추고 싶은데, 엉거주춤하게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 그때! 춤을 췄어야 했는데!! 라며 후회할" 정도로 맞추시고 싶어서 고민하셨다는 망각화!! 결론만 말씀드리면 성공하신 듯 ^_^ 집에와서 좀더 어깨를 흔들었어야 했어!!! 라고 후회함 ^_^!!


약 한시간 15분 정도 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마지막 곡을 하시더니, 앵콜로 급돌입!!! 고래돌고래와 마녀와 이름이 기억 안나는 다른 곡을 하시고 들어가셨어요. 2시간 공연을 예상하고 있다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아쉽긴 했지만, 너무 즐겁고 알찬 공연이어서 아쉽진 않았다. 헤헤.. 망각화 너무 좋다 헤헤헤헷..


 

ㅇㅇㅇㅇ


공연 초반의 양보컬. 호빗 신분으로 플랫 슈즈 신고 사람들을 제치고 사진 찍느라 듁을 뻔함. 

그른데 양보컬은 너무너무 멋있다. 얼굴도 멋있고 몸도 멋있다! 몸빠가 될꺼야!!?????

나는 반팔 폴로 셔츠가 어울리는 남자를 좋아하닉깐?!!!!





베이스 치시는 윤호님. 내가 윤호님 쪽에 있어서 그나마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을거라 예상하면 곤란?^^

호빗은 어디에 있던 호빗이라능?!!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능??? 

윤호님은 베이스와 너무너무 잘어울린다. 베이스치는 남자같이 생겼다.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다 ㅋ 






내가 양보컬을 편애하는 건 아니다. 

난 망각화 멤버들을 다다다 좋아한다. 절대 편애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정할 건 인정하자

양보컬은 카메라가 원하는 최고의 피사체(손발오글)다!! 

자! 이 사진을 보고나서 돌을 던질거면 던져라! 

너같으면 안찍고 싶겠음?!!! 

안찍고 싶겠냐고!!!!!!




헤헹.. 사진 느무 좋아. 

다..다리가 나온 사진임 ㅠㅠㅠㅠㅠ

1/50장의 기적 ㅠㅠㅠㅠㅠㅠㅠ

호빗으로써 불가능한 일을 해냄 ㅠㅠ

나는 나를 넘어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양보컬 다리 느무 좋아~!!

몸빠가될꺼야??!!! 2222222





내게 재익님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세상에서 제일 사진발을 안받는 남자라고 말하겠어요. 

가까이서 보면 정말정말 귀엽고 앙증맞고 뽀샤시 한데 사진은 .. 왜 저따위로 나오는건지 ㅠㅠ

자리까지 옮겨가며 찍었는데!! 겨우 겨우 얻은게 저런 흑흑 ㅠㅠㅠㅠ

사진은 거짓을 말해도 난 진실을 알고 있다.

재익님 짱 귀요미 ^0^



그 와중에 철저하게 소외당한 1분이 있었으니 바로 상곤님; 

양보컬이 철저하게 아주 계획적으로 상곤님의 전신을 막음!!!(이라고 쓰고 호빗의 눈엔 띄지않는 곳에 숨어버렸다 읽음)

그래서 마지막에 씨디에 싸인 받을 때, 자초지종(;)을 설명드리며 사진 한장을 부탁했고

겨우 구색을 맞춰서 멤버사진을 다 올릴 수 있게 되었다 ㅠㅠ 흐규흐규 

사진의 수는 애정도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기회opportunity 와 상황 routine activity 였을 뿐 !!!




4. 파도같은 밴드 망각화


망각화 음악을 들으며 느낀 점은 망각화는 파도같은 밴드라는 것. 작은 물결은 처음에 별 자극없이 다가오지만, 결국 그 힘으로 바위를 깎고 절벽을 만들어 낸다. 섬세하지만 힘이 있는 밴드. 엣지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게다가, 결코 귀에 거슬리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망각화의 큰 장점이다. 자연스럽고 세련되고 신선한 밴드. 왠지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수식어들을 갖다 붙인 듯 하지만, 이 모든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싱글 춤추는 삶 영상을 붙이며.....









# 싸인회와 이벤트 얘기는 다음 시간에... 내일 회사가서 할 일 없을 때 써야지! 

헤헤헤헤헤헤헤~ 





Posted by caith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