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 00:12

 

1. 조인트 공연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일단 아무 이유없이 별로 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좋아하는 밴드 보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그닥 호감이 안가는 밴드의 공연까지 봐가며 분위기상 좋아하는 '척' 해야 하는 상황도 별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밴드가 있으면 앨범을 통채로 트랙 1부터 끝까지 몇번이고 들어야 성이 차는데, 하물며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가서 뜬금없이 대표 트랙만 듣고 오기 싫다. 밴드가 트랙 순서나 분위기 등등을 계산해서 앨범이라는 작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연 역시 하나의 밴드가 하고자 하는 퍼포먼스를 계산해서 하는 작품일 것이 틀림 없기에, 기왕이면 음악 감상회 같은 조인트 공연 보다는, 한 밴드의 작품인 '단독공연'을 주로 가고 싶다.

 

2. 지방에 살면서 맨날 음악만 듣고 공연을 못 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반드시 이 밴드 공연은 꼭 가고 말리!! 라고 이 악물고 벼르고 벼른 몇몇 밴드 공연이 있다. 이디오테입이 그 밴드 중 한 팀인데, 멍 때리고 있다가 지인이 알려주는 바람에 일찌감치 예매를 하고 날짜만 꼬박 꼬박 세고 있는데, 깨닫고 보니 시험 전주네? .. 이걸 가 말어.. 고민 하다가, 이왕 지른거 (이래서 공연은 일찌감치 예매를 해야 한다. 미루다보면 꼭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핑계 거리가 생겨서 안가게 된다 이말이지.) 요즘 스트레스도 만땅인데 일단 지르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밴드 공연이었으면 솔직히 망설였을테지만, 누구보다도 이디오테입 공연은 임계치까지 다다른 내 스트레스를 퐉! 풀어주고 폭발시켜 주리라는 무한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3. 이디오테입을 안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작년 9월 즈음이었는데, 국카스텐 하현우를 너무 좋아해서 유투부에서 국카스텐 영상 762개를 정주행하고나니 할게 없는 거다. 하현우가 진행하는 난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거기에서 북미 투어를 가는 세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입" "비둘기우유" 특집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뭐... 그대로 폴인 럽 ㅎ 나와 성향이 맞아서 그런건지 원래 이 밴드가 지존인 건지,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워낙 유명한 밴드니까 그려려니 하는데, 가사 한 줄 없이 뿅뿅 거리는 사운드만 주구장창 나오는 이디오테입에 내 귀가 개 솔 깃 할줄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단 한번 듣고는 바로 꽂혀버렸다. 이디오테입에..

 

4. 이게 어이된 일인가, 나는 자타공인 메이저스트Majorst 라고 해서, 대세만 쫒는 편이다. 남들이 좋아하면 나도 좋고, 남들이 좋아하는 거에에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무지하게 대중적이다. 그런데 일렉트로닉 밴드 음악에 한큐에 뻑이가고 나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밴드는 대중적일 수가 없는데? 가사도 없고 하다못해 기타도 없다. 그냥 뿅뿅 거릴 뿐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지???? 내 귀가 이상해 진걸까?? 아니었다; 알고보니 나 혼자 좋아한게 아니라 이미 다수의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었고 일각에서는 '유일한 탈김치 일렉트로닉 밴드' 라고 소문이 났다더군. 시기 적절하게도 그 즈음에 바로 이디오테입 1집이 나오고, 이 밴드는 진짜 물건 오브 물건 이라고 판단... 나의 애장판 및 공연 리스트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 상상 마당을 가자마자 날 맞아 주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영상: 이지만 보이지 않네 >

 

무지하게 기쁘게도, 이디오테입의 이번 금, 토 공연은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한국 사람들은 기타 사운드를 싫어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이미 90년대 휘몰아친 테크노 열풍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디오테입의 사운드를 사람들은 낯설어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쨋든, 놀랍게도 매진!!!

공연 시작 10분 전에는 절대 도착하지 않는 지각대장인 내가 무려 30분 이나 일찍 도착을 했는데 이미 앞줄엔 사람들이 있었다. 잠시 음료수를 사러 갔다 다시 돌아와보니 거의 사람들 다 찼음요! ㅠㅠ 매진 공연의 위엄이었다!

 

< 아아 디구루 오빠는 사랑이어라... >

 

 

조명속에서 일신을 드러내신 디구루 오빠. 오빠의 흰셔츠를 보자마나, 내 얼굴은 홍조를 뚸고.....

 

 

 < 조명의 역광에 휩싸인 신비하신 디구루 님 >

 

빌리코건이 한 15전에 그랬다.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기타를 안들고 턴테이블을 들었을 거라고. 15전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뭔 개 소리냐 했는데, 이제는 그분의 선견지명을 알것 같다. 턴테이블까지는 아니지만, 일렉트로닉 장비를 만지는 디구루님을 보면서, 이제 여자들이 열광하는 건 기타 든 남자가 아니라 장비 만지는 남자라는 걸 깨달았다.

오빠의 디구루가 되고싶어.. 하악하악

 

 

 < 콩알 만하게 보이는 디구루 오빠, 그래도 그의 흰 셔츠는 빛이 나겠지. >

 

처음부터 막 달리기 시작하더니, 기대도 안했던 멘트를 하신다. 일렉트로닉 밴드 공연은 처음 간터라, 어떻게 진행을 할지 좀 궁금하긴 했다. 일렉트로닉 넘버는 처음과 끝을 명확히 구분 짓기가 좀 어려워서 그냥 냅다 달리겠거니 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공연이 시작하자 일언반구 없이 막 달리기 시작하더니 (최고 인기 넘버 였다. 플루토였나?;;; 아무리 기백번을 들어도 노래와 노래 제목을 매치시는 건 어려운 일이다 ㅠㅠ 이해 부탁요 ㅠㅠ )

사람들이 막 다 죽어갈 때 쯤에야 멘트를 하시는 디구루 오빠..

 

 < 해맑게 웃으시는 디구루 오빠. 그의 마이크가 되고 시포라.. >

 

기껏 한다는 멘트가 멤버 소개였다. 이쯤에서 디구루 오빠가 매우 수줍으신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흰 셔츠를 팔뚝위로 걷어 올리신 디구루 오빠는 수줍어서 더욱 섹시해 보였다.

 

 

 < 아이폰 줌업의 힘으로 매우 가까이 와 계신 디구루 오빠: 그러나 화질은 시망이겠지 >

 

디구루 오빠의 전신을 담아 보고 픈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다. 

은혜를 받고자 하는 마음 한가득..

 

 

 < 다시 역광에 휩쌓이신 디구루 오빠 >

 

언제봐도 신비로운 모습이다..

 

 < 오빠에게 흰 셔츠를 문신해 놓고 싶드아.. >

 

그러나 이쯤에서 디구루 오빠가 흰셔츠가 아닌 다른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쯤에서 겨우 사진 따위는 디구루 오빠의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일신을 담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본격 동영상 모드로 아이폰을 돌리기 시작했다. 눈치 챘을려나 모르겠는데, 이미 디구루 오빠에게 홀려, 원래 무대 뒤쪽에 있던 내 몸은 점점 무대 앞쪽으로..

 

다음은 이디오테입의 대표 커버곡 Song 2의 관객 버젼 ㅋ

공연 레포트는 개나줘..

난 공연의 열기를 레포트한다 ㅋㅋ

영상 찍다 신나고 흥분되면 걍 뛰었음 요 ㅋㅋㅋ

본격 염장 영상! " 난 이렇게 뽕뽑아 놀고왔다!!"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

생각해보니 항상, 매 넘버마다, 디구루 오빠가 사선 머리를 휘날리고 양쪽 기계를 번갈아 작동할 때마다, 특유의 몸짓을 할 때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곡이 시작할때마다, 조명이 반짝일때마다, 때때로 검지 손가락으로 허공을 찌를 때 마다, 등등 매 순간이 하일라이트였기 때문에 하나를 꼽기가 어려웠으나,

공연이 막바지로 갈 때 즈음에 갑자기 미남이 한분 등장!

뚜둔!!!

텔레파시의 최석씨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란의 무대와 최석씨의 다이나마이트가 끝나자마자 무대로 올라온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두 왕자님. 종현 왕자님과 주현왕자님.. ㅠㅠ 희권나님은 안오신 듯 ㅠㅠ

두분이서 마구마구 공연의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셨다. (비록 목소리는 잘 안들렸으나 )

어쨋든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탕.....

 

이디오테잎은 자신들의 오리지널 넘버 말고도

산울림의 기타로 오도바이를 타자,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개구쟁이, 진짜 너를 위해

텔레파시의 다이나마이트

등등을 편곡해서 들려주었다.

 

이디오테잎과 러브락 컴퍼니 밴드들의

깊은 사랑 영원하길 ♡

 

 

마지막으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을 받고 올라온 이디오테잎...

그간 못푼 한을 풀고자 뛰지도 않고 동영상 찍기에 몰입했다..

사실, 앵콜인데 2곡은 하겠지? 생각하고 1곡은 찍고 1곡은 놀아야지!!

했는데.. 1곡만 하고 가버린 아아 당신들은 비싼 남자들...

 

 

 

찍다보니 구루 오빠의 전신을 담고 싶은 욕망이 휘몰아쳐 앞뒤 안가리고 막 찍었는데 ㅋㅋㅋㅋ

아이폰으로 볼 땐 좋은데 영상으로 보니까 영상 돌아가고 거꾸로 찍고 난리 ㅋㅋㅋㅋㅋㅋㅋ

 

어쨋든 디구루님은 사랑입니다!!

 

 

 

< 앵콜곡 중에 성스러운 디구루 님 >

 

 

< 온 몸으로 빛을 발산 중이신 세인트 디구루 >

 

 

< 오오! 디구르 님은 사랑입니다!!! >

 

< 나를 향해 최고라고 말해주는 디구루 님... >

 

 

 

공연이 끝나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공연장 밖에서 앉아 있는데 어딘가에서 현란한 광채가!!

바로 흰셔츠를 입으신 디구루 님께서 뭇 여성들께 싸인을 해주고 계신게 아닌가???

사랑앞에 용감한 그 이름은, 바로 나..

달려가서 사진찍고 다른 분들과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도찰까지!!!

 

 

맨 왼쪽 계신 분은 공연 중에 기타 세션을 해주신 분이다.

하악.. 멋져!!

그리고 8년동안 머리가 기르지 않는다는 제제님 ㅋㅋㅋㅋ

 

 

고개를 숙이신 모습도 아름답다..

저 색색깔 허리띠는 뭘까??

 

 

 

마지막으로 커플룩으로 맞춰입은 나와 디구루 오빠!!

나 ♡ 디구루

 

<우리 사랑 영원해요~ ♡>

 

같은 밴드의 공연을 여러번 가거나 하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디오테잎이라면

당장 1주일 후에 공연 한다고 해도 또 가고 싶다.

오늘 너무너무 즐거운 공연이었다.

이디오테잎 공연 덕분에 살도 빼고 (끝나고 나니 온몸이 땀투성이;;; )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

갤익이랑 텔레파시 최석씨도 보고

디구루 오빠랑 커플 사진도 찍고!!

이렇게 알찰 수가!!!!

 

 

 


요즘 들어서 자꾸 보컬이 없는 밴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노리스펙트포 뷰티도 그렇고 이디오테잎도 그렇고..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음악에 있어서 가사와 인간의 목소리 라는 건, 동질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리스너를 끌어들이는데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신기한 것이

가사가 없고 보컬이 없어도 음악을 충분히 즐기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뿅뿅 사운드 만으로 관객들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 수 있는 이 일렉트로닉 연주가들 (네이버펌)

어쩌면 가사가 없이 멜로디와 연주 속에서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같다..

아아- 세상은 변하고 취향도 변하고 있는 것일까?

 

 

 

 

 

 

Posted by caith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