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 13:21




1. 요즘은 음악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리스너로서 행복하다. 

2. 솔직히 외국음악이 아직도 시대를 앞서간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뭐 원래 락이라는 게 외국에서부터 시작된 거고, 롹문화를 위시한 모든 근간사업이 그쪽이 월등하니까 어쩔 수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나라 음악이 점점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고 많은 밴드 음악이 외국 밴드와 잘하고 못하고의 비교 수준을 뛰어 넘어 개성의 측면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문화가 일정 수준까지만 올라와 정말로 질적으로 굉장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나와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고, 나와 언어를 공유하고, 나와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한 뮤지션의 음악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외국에는 모과이가 있고 와잇스트라입스가 있고, 아케이드퐈이어가 있고 레디오헤드가 있다구 ㅠㅠㅠㅠㅠㅠㅠ 레디오헤드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그리고 한국에는 국카스텐이 있다. 자랑스러운 국카스텐. 국카스텐 말고도 어찌나 잘하는 밴드가 많은지. 처음에 듣고 깜짝 놀랜 밴드가 칵스. 정말 정말 듣자마자 뭐이런.. 잘하는 넘들이. 그냥 잘한다가 나왔다. 너무너무 세련되고, 귀에 감기고. 또 갤럭시익스프레스도 굉장히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갤럭시는 굉장히 할말이 많은 밴드기 때문에 다음에 따로 얘기를 하기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 놀랜 밴드가 게이트 플라워즈. 이 밴드는 진짜 ... 할말이 너무 많다. ㅋㅋ 놀라운 밴드다 정말. 그리고 아폴로18이야 말로 우리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밴드가 나올 수 있는지 경외감까지 느꼈던 밴드이고, 극한을 보여주는 밴드라고 생각했다. 너무너무 대단하고 멋있었다. 솔직히 음악성만으로 따진다면 국텐이고 뭐고 아폴로18이 다 발라버리는 것 같다. 또 잠비나이라고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긴 국악 퓨전 밴드가 있는데, 이 밴드는 한국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제 말할려고 하는 건 Black Bag.

4. 내가 내 취향을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난 게이사운드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것 같다. 이 게이사운드는 미국에서 Jacob이랑 얘기하면서 제이콥이 린킨파크가 점점 게이사운드가 되간다고 한 말에서 영감을 얻어 그뒤로 쭉 쓰는 말인데,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어쨋든 게이사운드라고 하는 게 있다. 멜로딕함이 지나치다던가, 보컬이 너무 오바가 쩐다던가, 기타가 너무 후리쌔린다던가, 어쨋든 듣기에 병신같다던가, 이 색히들이 이제 배부르고 등따시다고 스트레이트로 안가네 등등 게이사운드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사실 게이사운드와 가장 비슷한 형용사는 식상함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이 식상함을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어쨋든 식상한 사운드가 있다. 어디에서 들어본 것 같다던가, 난 분명 얘네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 건데 매너리즘이 느껴진다던가,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들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

물론 이런 해석은 100%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 나는 뮤지션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음악을 생상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또한 전문적 지식도 없다.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나름 15년 이상 음악을 선별해 들어온 리스너로서 무시받지 않을 촉이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난 선천적인 미식가다. 매트리스 16겹을 깔아도 콩알을 느낄만큼의 콩알공주로 여태껏 살아온 촉을 믿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 적어도 이게 일정 수준 이상의 가치가 음악이 있는지는 분별해 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수준을 측정할 때 내 취향이 무쟈게 들어가 있어서 객관적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블랙백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좋다 그런데 게이사운드인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 톤이나 보컬이나 리듬 파트가 좋긴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그 모든게 식상함의 틀안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좋은 음악은 아 이거닷!!! 하고 머리가 쮸뼛설만큼의 신선함이 튀어 오른다. 물풍성이 터진 것처럼, 터지는 순간 풍선 안에 있는 물이 온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사정없이 망쳐버리는.. 그런 어떤 엉망진창이지만 가슴 벅차게 만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거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음악은 별로 없다. 그래서 어느정도만 수준이 되면 아 좋다 하고 인정한다. 

블랙백 와잇원은 처음엔 그냥 물풍선 속에 물이 찰랑 찰랑 차오르고 터지지 않은 게이사운드같은 음악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노래를 들은 이후로 계속해서 싱어송와잇원 이게 후크송처럼 계속 머리속에서 맴도는 것이다. 그래서 또 열심히 찾아 들었지. 들으면 들을수록 그냥 게이사운드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을 수정하게 됐다. 우직함이라고나 할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우직한 소리가 들려나오기 시작했다. 뭐가 우직한 소리냐고 하면 나도 모른다. 설명을 못하겠다. 그나마 예를 들자면 국카스텐이나 게이트 플라워즈나 오아시스 초기곡 같은 거다. 이건 보컬의 문제도 아니고 기타톤의 문제도 아니고 아무튼 그런게 있다. 우직한 스트레이스같은 음악. 블랙백에서도 그 우직함의 향기가 느껴지고, 나는 이 친구들의 음악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직 청소년같은 느낌이 들어서 뼈대가 다 다져지지 않아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앞으로 이 친구들이 어떤 음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굉장히 기대가 되기도 하고 우려가 되기도 한다. 내 취향대로 나가준다면 고마운거고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비슷하게 지켜보고 있는 친구들로 바이바이배드맨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칵스노선인것 같아서 내 취향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고, 나는 무조건 블랙백이라구! 음 그리고 들을 수록 느끼는 건데 와잇원에서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드럼이 굉장히 튀는 반면베이스가 조금 부실한 느낌이다. 그래서 노래가 좀 히마리가 없이 들리나? 다른 노래도 들어봐야지!!  
Posted by caith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