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은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그리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41)
l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남의 나라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비위가 상했다 (58)
l 지금 생각하면 난 그때 무척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신에게 내가 불운의 대상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내 자유의지와 노력만으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고, 오로지 건강하다는 이유로 나에게 우월감을 느낄 사람들이 미웠고, 무엇보다 내가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다. (60)
l 숨김없이 내 마음을 고스란히 내어 놓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못나고 삐뚫어진 나를 누군가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조금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은 나의 고해 사제였다. (66)
l 아무리 숨겨도 가끔씩 고개를 내밀고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마음, 다른 이의 아픔을 함께 슬퍼하는 마음으로 우리 가슴을 두드린다. (74)
l 그런데 유전적으로 늦는 성향이 우성인지, 유감스럽게도 우리 여섯 형제는 모두 아버지 성격을 물려받았다. (77)
l 어렸을 때 우리 집 우산 하나가 살이 빠져 너덜거렸는데 그 우산이 다른 우산에 비해 컸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를 업고 학교에 갈 때는 꼭 그걸 쓰셨다. 업혀 다니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게다가 너덜거리는 우선까지…… 그래서 비 오는 날은 학교 가기가 끔찍하게 싫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때 내가 찢어진 우산을 쓰고 다녔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아마 지금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찢어진 우산이든 멀쩡한 우산이든 비 오는 날에도 빼먹지 않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119)
l 괜찮아 (130)
l 넷째, 남이 가르치면 알아들을 줄 아는 머리와 남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있다. 몸은 멀쩡하다손 쳐도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는 안하무인에, 남을 아프게 해놓고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적어도 기본적 지력과 양심을 타고났으니, 그것도 이 시대에 천운이다. (181)
l 토마스 머튼이라는 신학자는 “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의 참된 기쁨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고 ‘자기’라는 감옥에서 빠져 나오는 것” 이라고 말했다. (196)
나를 웃기고 울렸던 책.
지금은 작고하신 고 장영희 선생님의 담담하면서도 당차고 진실된 모습이 많이 보이던 책이었다.
수필집이라서 그런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서도, 어떤 사람이었겠구나..생각이 들정도로 사람의 향취가 깊에 베어나오던 책이었다.
날마다 눈물로 밤을 지새던 날에 작은 휴식과 리프레쉬가 되준 책이었다.